수하의 엄마는 인간으로 치면 이제 막 스무살을 넘긴 어린 인어였다. 호기심이 넘쳤던 인어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어느날에 어선 근처에 가면 안 된다던 오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빛이 흘러들어오는 쪽으로 향했다. 참치배가 쳐놓은 그물에 걸린 인어는 물고기들과 함께 배의 가판 위에 내던져졌다. 저를 내려다보는 어부들에게 인어는 살려달라 애타게 ...
늦은 밤 소속사 HM 건물의 가장 윗층, 한대표의 사무실이 은밀히 소란스럽다. “야, 너 다시 말해 봐.” “다 들었잖아요.” “내 귀가 잘못 된 거 같아서 그래! 다시 말해 봐!” “이번 영화 빠집니다.” “하!” 한 대표가 제 이마를 손바닥을 탁 치며 미치겠다, 미치겠어를 연발한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없다는 듯 소파를 박차고 일어나 사무실을 뱅뱅 ...
할머니의 유골을 성당의 납골당에 안치하고 나오던 길이었다. 장례식 내도록 먹지도 잠도 자지 않았던 수하의 배에서 천둥이 쳤다. 며칠 사이에 비쩍 말라버린 자신의 배를 한 번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음식이랄 것을 입에 밀어넣는 행위마저 피로하게 느껴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산 놈은 살아야 해. 그것도 아주 보란듯 알차게 말야.’ 오늘만큼은 할머니의...
키워드 인외존재, 판타지, 첫사랑, 재회물, 짝사랑, 오해, 동거물, 잔잔물, 힐링, 인어수, 미인수, 비밀있수, 도망수, 울보수, 매니저수, 단정수, 미남공, 연하공, 집착공, 배우공, 능글공, 후회공, 절륜공, 재벌공. 한 줄 소개 소금 함량 3.5%인 물에 목욕을 해야만 하는 인어와 번아웃을 극복하고 픈 배우의 보글보글 사랑이야기. 등장인물 공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나타나서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28화까지 열심히 달리다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져버렸어요.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썼어야 한다는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관계로 당분간 연재를 중단하려고 합니다. 열심히 읽어주셨던 분들께 정말로 면목이 없고…ㅠㅠ (언제 오겠다는 확답도 못하는 못나니입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깨끗이 씻은 체리를 올리던 태신이 뒤를 돌았다. 찬이가 어설픈 갈지자 형태로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음이라. 옆에 놓아둔 수건에 서둘러 물기를 닦고는 찬이에게 다가섰다. “더 놀지 않고.” 행여나 균형을 잃고 넘어질까, 잘록한 허리에 자신의 팔을 단단히 둘렀다. “없어졌잖아요.” “응?” “매니저님이요, 갑자기 사라지시면 어떡해요.”...
“으음-.” 주차를 마친 태신이 조수석에서 입을 살짝 벌린채로 잠들어 있는 찬이를 보며 픽 웃었다. ‘우선 루이랑 산책도 하고, 움, 하나랑 둘이랑 삼이 집 청소도 해주구…아! 오늘 저녁은 제가 해드릴게요! 계란 후라이랑 소세지 굽는 거 정도는 할 수 있어요!' ‘고생했으니 아주- 맛있는 거 사주려고 했는데.' ‘아녜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한건데요. 그리고...
오디션이 행해지고 있는 공간은 소규모 회의실로, 오디션에 참여하는 배우들이 입장하는 문에서 좌측 방향의 벽면이 통유리창으로 되어있었다. 그 유리창 앞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은 총 다섯. 감독과 작가, 피디, 가장 먼저 캐스팅이 결정 된 여주인공 역의 배우, 찬이가 알지 못하지만 어쩐지 이경과 똑닮은 여자 순이었다. 그리고 테이블 옆 쪽에 역시나 사전...
달아오른 몸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느라 족히 30분은 침실에 머물렀던 찬이가 문을 한 뼘 열어 밖의 동태를 살폈다. 쪽팔려. 자신이 자위했단 걸 아는 매니저와 마주보고 밥 먹을 걸 상상하니 기껏 열이 내린 얼굴이 다시 고구마처럼 빨개질 거 같았다. 아침을 안 먹겠다고 할까 잠시 고민을 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디션이 2시. 점심을 먹지 않을 것이기에 ...
지난 번에 올렸었는데 다시 수정했어요. 뒷부분이 꽤 추가되었으니..... 다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왈! 한참이 지나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 둘을 향해 루이가 목청을 높였다. 현관문을 바라보고 있던 찬이가 태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줄곧 찬이를 응시하는 중이었던 태신과 눈길이 그대로 맞부딪혔다.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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